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대화였습니다.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하니."
올해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너 I라서 그런 거지? 엄마가 찾아봤어."
유행이 한 바퀴 돌아 부모 세대까지 갔습니다. 카톡방에서 링크가 돌고, 조카가 검사를 시켜드리고, 그러다 자녀의 네 글자를 알게 되신 겁니다.
좋은 쪽으로 작동할 때
솔직히 나쁘지 않은 변화도 있습니다.
전에는 "왜 방에만 있냐"였던 게 "충전하는 거지?"가 됐어요. INFP나 INTP 자녀를 둔 집에서 이 변화가 특히 큽니다. ISTP는 원래도 방에서 안 나왔는데 이제 명분이 생겼습니다. 친척 모임에서 일찍 일어나는 것도,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것도 이제 설명할 언어가 생겼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답답했을 겁니다. 이해가 안 되던 자식의 행동에 이름표가 붙으니 그것대로 안심이 되셨을 거예요.
곤란해지는 쪽
문제는 이게 새로운 형식의 잔소리가 될 때입니다.
"너 P라서 그렇게 계획을 안 세우지." 이건 사실 예전의 "정신 좀 차려라"인데 포장만 바뀐 겁니다. 그리고 반박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근거가 생긴 것처럼 보이니까요.
ESFJ나 ESTJ 부모님이 ENFP 자녀를 볼 때 이 대화가 자주 나옵니다. 한쪽은 계획과 마무리를 중요하게 보고, 다른 쪽은 시작할 때의 에너지가 재능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뭐랬어. J인 사람 만나라고 했잖아." 여기까지 가면 좀 곤란합니다.
대응법이 하나 있습니다
경험상 제일 잘 통한 건 부모님 유형을 같이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무슨 유형이야?" 하고 물어보면 대화의 방향이 바뀝니다. 참고로 부모님 세대에서 검사를 하면 ISFJ와 ESFJ가 꽤 나옵니다. 가족을 챙기는 데 평생을 쓴 사람이 많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예요. 판정하던 쪽이 판정받는 자리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대등해지거든요. 그리고 대체로 신나서 본인 얘기를 하십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좋습니다. "그럼 엄마랑 나랑 잘 맞는 조합이야?" 이 질문이 나오면 그날 잔소리는 끝납니다. 서로 궁합표 보느라 바빠지거든요.
여기에 혈액형까지 얹으면 대화가 두 배로 길어집니다. 부모님 세대는 혈액형 쪽이 더 익숙하셔서 오히려 신나 하십니다. "내가 O형이라 성격이 이렇잖아"로 시작해서 삼십 분이 갑니다.
같은 ISFJ여도 햇살 크림(O형)과 부드러운 밀크(A형)는 잔소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전자는 대놓고 하고 후자는 한숨으로 합니다.
선은 하나 있습니다
네 글자로 사람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이 그 선을 넘으실 때는 "그건 참고용이야" 한마디만 해두는 게 좋습니다. 우리도 남한테 그러면 안 되고요.
가족끼리 궁합을 보실 거라면 혈액형 궁합표 완전 정리가 대화 재료로 쓰기 좋습니다. 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까지 적어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