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둘째 날 오후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타프가 한쪽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상황을 인지한 순간 이미 한 명은 밖에 나가 있었어요. 신발도 제대로 안 신고 폴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어떡해"를 세 번 말하는 동안 벌써 각도를 잡고 있더라고요.
그 사이 텐트 안에서는 다른 사람이 수건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젖은 사람이 들어올 걸 알고 미리 준비한 겁니다. 그리고 젖은 옷을 받아 걸어두고, 따뜻한 물을 올리고, 감기 기운 있던 사람 자리를 안쪽으로 옮겨놨습니다.
ESTP와 ISFJ는 사는 시간대가 다릅니다
ESTP는 지금에 삽니다. 상황이 벌어진 그 순간에 몸이 반응해요.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계획이 생깁니다. 위기에서 제일 침착한 것도 이 사람들이고, 평온한 회의실에서 제일 지루해하는 것도 이 사람들입니다.
ISFJ는 조금 뒤에 삽니다. 지금 벌어진 일이 30분 뒤에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봅니다. 젖은 사람이 들어오면 추울 테고, 추우면 감기에 걸릴 테고, 그러면 내일 일정이 힘들어지겠지. 그래서 수건이 먼저 나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ISFJ가 말했습니다. "위험하게 왜 그냥 나가."
ESTP가 답했습니다. "생각하면 늦어."
둘 다 맞습니다. 그리고 둘 다 상대에게 배울 게 하나씩 있었습니다.
한 명은 조금만 조심하면 되고, 다른 한 명은 조금만 먼저 움직이면 됩니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 ISFJ는 비 소식을 미리 확인하기 시작했고, ESTP는 나갈 때 신발은 신게 됐습니다.
ISFJ한테 필요한 건 한마디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ISFJ는 수건을 꺼낸 게 자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날 밤 "누가 수건 챙겼어?"라는 질문에도 조용했어요.
ISFJ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보답이 아닙니다. 소리 내서 "네가 챙겼지, 고마워" 한마디면 그 사람은 다음 캠핑도 기꺼이 옵니다.
이 둘의 색은 정반대편에 있습니다. 햇살 크림(O형 ISFJ)과 금빛 레몬(O형 ESTP)를 나란히 놓고 보시면 그 차이가 눈에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