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도와달라고 하면 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자마자 하는 일이 다릅니다.
아무 말 없이 냉장고를 드는 사람 — ISTP
ISTP는 인사만 하고 바로 냉장고 쪽으로 갑니다.
어떻게 옮길지 물어보지도 않고 이미 각도를 재고 있어요. 세탁기 호스가 안 빠지면 공구를 꺼냅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육각렌치가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말은 거의 안 합니다. 하루 종일 "어" "응" "됐어" 정도예요. 그런데 그날 제일 힘든 일은 다 이 사람이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고맙다고 하면 "그냥 뭐" 하고 넘어갑니다.
박스에 이름을 쓰는 사람 — ESTJ
ESTJ는 도착하자마자 매직을 찾습니다.
박스마다 "주방-그릇", "안방-옷"을 적고, 트럭에 실을 순서를 정하고, 새집에 도착하면 어느 방에 뭐가 들어갈지를 먼저 정합니다. 사람들한테도 역할을 나눠줍니다.
가끔 잔소리처럼 들립니다. "그거 거기 두면 안 되지." 그런데 그 말대로 하면 확실히 빨라집니다. 이 사람이 없으면 저녁에 박스를 다시 열어야 해요.
김밥을 사 오는 사람 — ENFJ
ENFJ는 짐을 제일 적게 옮깁니다. 대신 다른 걸 합니다.
누가 힘들어 보이는지 보고 있다가 물을 건네고, 열두 시가 되기 전에 사라졌다가 김밥과 커피를 들고 돌아옵니다. 못 온 친구한테는 사진을 찍어 보내고, 이사 끝나고 집들이 날짜까지 잡아둡니다.
짐은 덜 옮겼는데 이 사람이 없으면 그날 분위기가 확 처집니다.
나중에 기억되는 건 다릅니다
몇 년 뒤에 그날 얘기를 하면 재밌습니다.
ISTP는 자기가 뭘 했는지 잘 기억을 못 합니다. ESTJ는 그날의 동선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ENFJ는 그날 누가 힘들어 보였는지를 기억하고요.
세 사람 다 왔다는 게 중요합니다. 한 명만 왔으면 이사가 안 끝났거나, 끝났어도 다들 지쳐서 말이 없었을 거예요.
이사를 도와준 사람에게 뭘 해주면 좋을지 모르시겠으면 각자 다르게 대하시면 됩니다. ISTP에게는 그냥 짧게 한마디, ESTJ에게는 "네 말대로 하니까 빨랐어", ENFJ에게는 "네가 있어서 분위기가 살았어".
세 사람의 색도 확실히 다릅니다. 따뜻한 레인(O형 ISTP), 금빛 머스타드(O형 ESTJ), 금빛 살몬(O형 ENFJ). 같은 O형인데도 이렇게 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