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큰집에 가면 늘 같은 그림이 반복됩니다.
한 명은 세 시간 동안 열 마디쯤 합니다. 주로 "네", "아니요", "잘 지내요"예요. 어른들이 "쟤는 왜 말이 없냐"고 하면 옆에서 누가 "원래 저래요"라고 대신 답합니다.
다른 한 명은 자리에 앉지를 못합니다. 상 차리고, 그릇 나르고, 누가 뭘 안 먹는지 확인하고, 어색해진 대화를 이어 붙이고, 어른들 잔 비면 채웁니다.
한 집에 INTP와 ESFJ가 하나씩 있으면 명절이 대충 이렇게 갑니다.
INTP가 딴생각만 하는 건 아닙니다
밥상에서 말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길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누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을 때예요.
조카가 "왜 명절에만 전을 부쳐?" 같은 걸 물으면, 그때부터 20분짜리 설명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제사 음식의 유래부터 기름의 보존성까지 가요. 어른들이 다 놀랍니다. "쟤가 저렇게 말을 잘했나."
INTP는 말할 게 없어서 조용한 게 아닙니다. 잡담에 쓸 회로가 따로 없을 뿐이에요. 질문 하나만 던지면 스위치가 켜집니다. 다만 근황 질문은 그 스위치가 아닙니다.
ESFJ는 왜 자리에 못 앉을까
ESFJ에게 "좀 앉아서 먹어"라고 하면 "나 괜찮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이 유형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못 견딥니다. 그래서 누가 소외되면 그 자리를 채우고, 대화가 끊기면 화제를 던지고, 그러다 자기 밥은 식습니다. 그리고 서운한 건 말 안 하고 기억합니다. 다음 명절까지요.
명절에 서로 해줄 수 있는 것
INTP에게는 질문 하나면 됩니다. 근황을 캐묻는 질문 말고 관심사에 관한 질문이요. "요즘 뭐 재밌는 거 있어?"에 세 시간짜리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답을 끝까지 들어 줄 사람이 ESFJ입니다.
ESFJ에게는 자리에 앉히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네가 다 챙겼네, 고마워"를 소리 내서 말해 주는 것. 이 사람은 그 한마디를 몇 달 기억합니다. 그 한마디를 제일 안 하는 사람이 INTP고요.
그러니까 둘이 서로를 조금씩만 챙기면 명절이 꽤 괜찮아집니다. INTP는 고맙다는 말을 소리 내서 하고, ESFJ는 질문 하나를 던지고.
혹시 명절마다 이 자리가 힘드시다면 MBTI 안 믿는다는 사람들의 유형도 같이 읽어 보세요. 네 글자를 잔소리 도구로 쓰지 않는 법에 관한 얘기입니다.
같은 INTP여도 우주빛 미드나잇(AB형)과 햇살 퍼플(O형)은 명절에서의 모습이 꽤 다릅니다. 후자는 조카 질문에 진짜로 답해 주는 쪽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