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가 끝나갈 무렵이면 테이블에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누군가는 벌써 다음 가게를 검색하고, 누군가는 화장실 다녀오는 척하며 겉옷 위치를 확인합니다.
여기서 사람이 갈립니다.
사라지는 쪽 — INFP, INTJ, ISTP, ISFJ
이 사람들은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 회의가 있어서요"를 머릿속으로 세 번 연습하고, 꺼낼 타이밍을 재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말할 때는 미안한 표정을 진심으로 짓습니다. 정말 미안하거든요.
1차 두 시간 동안 이미 에너지를 다 썼을 뿐입니다. 대화가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재밌어서 더 빨리 닳았을 수도 있어요.
A형이 겹치면 일어나는 데만 30분이 더 걸립니다. 조용한 데님(A형 INTJ)이 딱 그 유형이에요. 반면 B형은 "저 갈게요" 하고 정말 갑니다. 미안함의 총량이 다르다기보다 표현의 속도가 다릅니다.
남는 쪽 — ENFP, ESFP, ESTP, ENTP
이쪽에게 1차는 워밍업입니다.
2차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오늘 처음 본 옆 부서 사람과 어느새 형·누나 하고 있습니다. 술이 좋아서 남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충전이 되니까 끊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씩씩한 쿠키(O형 ENFP)는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다음 주 모임 날짜까지 잡고 갑니다.
서로에게 서운해지는 지점
문제는 해석에서 생깁니다.
남는 쪽은 먼저 가는 사람을 보고 "우리랑 있는 게 별로였나" 생각합니다. 먼저 가는 쪽은 붙잡는 사람을 보고 "왜 이해를 못 해주지" 생각하고요.
여기서 제일 좋은 화법은 이겁니다. "먼저 가?"보다 "오늘 재밌었어, 조심히 가". 붙잡지 않는 인사 한마디가 그 사람의 다음 회식 참석률을 꽤 올립니다.
먼저 가는 쪽도 한 문장만 추가하면 좋습니다. "다음엔 1차만 하는 걸로 잡아줘." 안 간다는 말이 아니라 조건을 말하는 거라 듣는 사람이 훨씬 편합니다.
애매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ENFJ와 ESFJ는 재밌는 경우입니다. 성향은 남고 싶은데 다음 날 걱정이 앞서서, 2차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그냥 갈걸" 하고 후회합니다.
ISFP는 상황을 봅니다. 취향이 맞는 사람이 남으면 끝까지 있고, 아니면 조용히 사라져요.
본인이 어느 쪽인지 궁금하시면 내 색 찾기에서 10초면 나옵니다. 결과 페이지의 "이 색이 나오는 순간"에 회식 장면이 들어간 조합도 있어요.
이런 첫 만남과 술자리 화법이 왜 이렇게 발달했는지는 한국인은 왜 처음 만나면 MBTI부터 물어볼까에 적어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