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가 끝나갈 무렵이면 테이블에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누군가는 계산대 쪽을 흘끔거리고, 누군가는 벌써 다음 가게를 검색하고 있죠.
여기서 사람이 갈립니다.
조용히 사라지는 쪽은 사실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는 척하면서 겉옷 위치를 확인해두고, "내일 아침 회의가 있어서요"를 세 번쯤 머릿속으로 연습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을 꺼낼 때는 미안한 표정을 진심으로 짓습니다. 정말 미안하거든요.
반대쪽은 1차가 워밍업입니다. 2차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오늘 처음 본 옆 부서 사람과 어느새 형·누나 하고 있습니다.
둘 다 거짓말은 안 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양쪽 다 진심이라는 겁니다.
먼저 가는 사람이 그 자리를 싫어한 게 아닙니다. 1차 두 시간 동안 이미 에너지를 다 썼을 뿐이에요. 대화가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재밌어서 더 빨리 닳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사람 만나는 일은 즐거운 동시에 소모적입니다.
남는 사람도 술이 좋아서 남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충전이 되니까 굳이 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집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심심합니다.
MBTI에서 첫 글자로 나누는 그 차이가 딱 여기서 보입니다. 다만 이걸 "사교성이 좋다/나쁘다"로 읽으면 절반은 틀립니다. 충전 방식이 다른 것에 가까워요.
서로에게 서운해지는 지점
문제는 해석에서 생깁니다.
남는 쪽은 먼저 가는 사람을 보고 "우리랑 있는 게 별로였나" 생각합니다. 먼저 가는 쪽은 붙잡는 사람을 보고 "왜 이해를 못 해주지" 생각하고요. 둘 다 조금씩 서운해진 채로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사합니다.
여기서 제일 좋은 화법은 이겁니다. "먼저 가?"보다 "오늘 재밌었어, 조심히 가". 붙잡지 않는 인사 한마디가 그 사람의 다음 회식 참석률을 꽤 올립니다.
반대로 먼저 가는 쪽도 한 문장만 추가하면 좋습니다. "다음엔 1차만 하는 걸로 잡아줘." 안 간다는 말이 아니라 조건을 말하는 거라, 듣는 사람 입장이 훨씬 편해집니다.
그리고 혈액형이 얹히면
여기에 혈액형까지 겹치면 또 갈립니다.
같은 내향형이어도 A형 쪽은 먼저 일어나는 것 자체를 미안해하느라 30분을 더 앉아 있습니다. B형 쪽은 "저 갈게요" 하고 정말 갑니다. 미안함의 총량이 다르다기보다 표현의 속도가 다른 쪽에 가깝습니다.
혹시 본인이 어느 쪽인지 궁금하시면 내 색 찾기에서 10초면 나옵니다. 결과 페이지에 "이 색이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회식 자리 장면이 들어간 조합도 꽤 있어요.
더 읽고 싶으시면 한국인은 왜 처음 만나면 MBTI부터 물어볼까를 추천합니다. 회식에서 MBTI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