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안 맞으면 안 만나면 됩니다. 가족은 그게 안 돼요.
그리고 가족은 서로에게 예의를 덜 차립니다. 그래서 성향 차이가 가장 날것으로 부딪힙니다.
제일 자주 보는 조합 — 챙기는 부모 × 혼자 있고 싶은 자녀
ESFJ나 ISFJ 부모와 INTP나 INFP 자녀의 조합입니다.
부모는 방문을 두드립니다. 밥 먹었니, 오늘 뭐 했니, 그 친구는 요즘 어떻대. 관심이고 사랑입니다.
자녀는 그게 침입으로 느껴집니다. 지금 막 혼자 정리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부모는 "왜 나한테 말을 안 해"라고 서운해하고, 자녀는 "왜 자꾸 물어봐"라고 답답해합니다. 둘 다 관계를 원하는데 방식이 반대인 겁니다.
두 번째 조합 — 계획하는 부모 × 즉흥적인 자녀
ISTJ나 ESTJ 부모와 ENFP나 ESFP 자녀요.
부모는 계획과 마무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시작한 건 끝내야 하고, 정한 건 지켜야 해요.
자녀는 시작할 때의 에너지가 재능인 사람입니다. 이것저것 벌이고 그중 몇 개만 끝냅니다.
부모 눈에는 끈기가 없어 보이고, 자녀 눈에는 숨 막혀 보입니다. 실은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 거예요.
세 번째 조합 — 표현하는 쪽 × 표현 안 하는 쪽
O형 부모와 AB형 자녀 같은 경우입니다.
부모는 감정을 밖으로 냅니다. 좋으면 좋다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그 자리에서 말해요.
자녀는 안에 담아둡니다. 표현이 없으니 부모는 마음을 모르고, 모르니까 더 물어보고, 더 물어보니까 자녀는 더 닫힙니다.
혈액형이 대화 방식을 바꿉니다
A형 부모는 걱정을 잔소리로 표현합니다. "밥은 먹었니"가 실은 "네가 걱정된다"예요.
B형 부모는 자기 감정을 먼저 말합니다. 그래서 시원한데 가끔 자녀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O형 부모는 다 해주려 합니다. 사랑의 방식이 행동이라 자녀는 그걸 부담으로 느끼기도 해요.
AB형 부모는 거리를 둡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무심하게 느껴지는데, 실은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한 가지가 대화를 바꿉니다
경험상 제일 잘 통한 건 부모 유형을 같이 얘기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무슨 유형이야?" 하고 물으면 판정하던 쪽이 판정받는 자리에 서면서 대화가 대등해집니다. 본인 얘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달라지십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좋아요. 서로의 조합을 같이 찾아보기 시작하면, 그날의 대화 주제가 통째로 바뀝니다.
선은 하나 있습니다
네 글자로 가족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너 P라서 그렇지"가 되는 순간 그건 새로운 형식의 잔소리예요.
안 맞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안 맞는 걸 틀렸다고 여기는 게 문제입니다.
부모님이 네 글자를 알게 된 뒤의 이야기는 부모님이 내 MBTI를 알게 되면 생기는 일에 더 적어뒀습니다.



